스킨스 1,2를 벌써 세 번째 봤다. 오랜만에 다시 본 건데, 확실히 예전에 볼 때랑 많이 느낌이 다르다. 전에는 나 역시 대학에 들어오기 전이었으니까 완벽하게 캐릭터들한테 감정 이입해서 드라마를 봤다면, 2년의 대학생활이 끝나가는 지금의 나는 약간은 떨어진 곳에서 캐릭터들을 보게 됐다. 그리고 전엔 그냥 분위기에 취해서 봤었는데 지금은 좀더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됐다. 예를 들어 캐릭터들이 각각 어떻게 서로 친해지게 됐는지 그런 디테일들.. 이번에 처음 알았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스킨스 1,2의 꽃은 캐시라고 생각한다. 캐시의 자살기도 씬은 아무리 봐도 1,2 열아홉개 에피소드 중에서 베스트 씬. 여린 마음에 쉽게 상처받고, 사랑스런 외모와 목소리로 너무나 쉽게 사람들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내는 사람. 스킨스 특유의 색감으로, 마치 이 세계가 아닌 듯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해낸 이 장면은 실로 명장면. 캐시 거식증 있을 때 음식 미친듯이 썰면서 정신없이 수다만 떨고 아무것도 안 먹고는 다 먹었다고 환하게 웃는 장면도 명장면. 그냥 얘가 이쁘고 연기를 잘해서 그런가. 뉴욕 가서 아담 집에 얹혀 살 때, 아담 전여친 사진들 다 돌려놓고 아담 옆에서 자는 장면도 명장면. 캐시 장면이 진짜 제일 선명하게 기억나는 거 같다. 사람들한테 상처 주는 방식도 넘 공감되고. 자신한테 자꾸 상처 주는 시드를 계속 계속 죽도록 좋아하는 방식도 공감되고.
이번에 본 바로는 시즌2보다도 1이 더 나은 듯하다. 40분 남짓한 에피소드 단 아홉 개로 캐릭터 여덟 명에게 그만큼의 깊이를 주고 청소년기의 불안과 고민과 웃음과 관계들을 그보다 더 잘 표현해 낼 순 없다. 그리고 화면도 음악도 너무 완벽하다. 악마같은 개새끼 토니에게 동생을 자기보다 더 아끼는 면을 넣은 건 너무나 전형적이지만 또 너무 잘 먹히는 인간적인 면모다. 시즌 1,2에서 토니를 통해서 에피거 어느 정도 그려졌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시즌 3,4는 정말 말도 안되는 드라마가 됐을 거다. 토니와 미쉘, 토니와 시드, 시드와 미쉘, 시드와 캐시, 잘과 가족, 크리스와 앤지, 맥스와 앤워 - 오마이갓 이 많은 것들이 어떻게 에피소드 아홉개에서 다 완벽하게 그려졌지.!
시즌2가 약간 아쉬운 이유는 잘과 크리스의 러브라인이 너무 갑자기 그려졌는데 그게 또 갑자기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세번째 볼 때는 이미 내용을 알고 보니까 별로 놀랍지 않았지만 처음에 볼 땐 갑자기 러브라인 나타나서 읭?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그리고 굳이 하나 더 꼽자면 갑자기 나타난 캐릭터 스케치 때문이기도 하다. 볼수록 짜증나고 너무 싫은 캐릭터 ㅠㅠ 아마 그게 의도였겠지만 어쨌든 너무 싫었다..
청소년기의 불안과 성장이라면 이 정도는 표현해 줘야지. 철없고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고 감정선 격하고, 끝없이 이기적이지만 서로를 위한 마음만큼은 한없이 깊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꿈도 키우고. 그런데 시즌 3,4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들만 보여주고 시즌 5부터는 별로 캐릭터들한테 정이 안 간다.. 결론은 스킨스 시즌 1,2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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